존재의 반대는 비존재라는 현상 그 자체이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어느 것에 의해서도 정의되지 않은 것들이 모두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불려질 이름이 없는 것일 뿐.
세상의 모든 존재는 매순간 발화되며 사라짐이라는 명확한 비참함을 향해 나아가지만 그 과정에 있어 이름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필멸하는 모든 존재가 매순간에 존재했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 오더라도 영원에 닿을 수 있음을 아름답게 은유한다.
쉽게 사라지고 잊혀지는 존재들이 이름을 불러준 순간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꽃> 처럼 무엇이 되고자 하는, 혹은 잊혀질 수 없는 무언가가 된 존재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이름이 그것들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과 뻗어나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