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존재는 고독을 인식하게 합니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서, 만남이 끝나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가끔 참을 수 없어집니다. 인생의 모든 부분을 너와 나눌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나는 고독해집니다. '만남은 언제나 고독의 친구' 큐레이션에는 내가 혼자라는 것을 체감하게 하면서도, 마냥 외롭게 두지만은 않는 영화들이 모여 있습니다.
<유빈과 건>은 소중한 친구와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날을 떠올리게 합니다. <자매의 맛>은 자매끼리 소란스러운 밤을 보낸 후, 혼자 깨어난 아침의 조용한 공기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쿠키 커피 도시락>의 왁자지껄하고 허심탄회한 사는 얘기와 담백한 위로는 우리가 다시 모일 때까지 살아갈 작은 힘이 되어줍니다. <경로를 재탐색합니다>가 그린 예상치 못한 동행처럼 혼자가 된 후에도 가던 길을 돌아가게 하는 만남도 있습니다. <2차 송환>은 큰 헤어짐을 겪은 이들의 재회에 대한 소망과, 주인공이 겪은 크고 작은 만남의 시간을 오랜 기간 담아냈습니다.
우리는 함께 있었지만 앞으로도 쭉 함께 있을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애석하면서도 다행입니다. 크고 작은 헤어짐이 우리를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니까요. 끝에서 만나게 된다는 사실은 오늘을 지나게 하고, 언젠가 또 만날 거라는 희망이 내일을 살게 합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