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쓰는 편지에 무슨 문장들을 담을 수 있을지 여러 번 고민했습니다. 그 시작점을 떠올려보자면 매번 같은 영화만 틀어주는 낡고 오래된 극장에서 기억을 반추해 보는 특정 장면들로부터인 것 같습니다.
원주 아카데미극장을 떠올려보게 하는 김현정 감독의 <유령극>은 극장을 떠도는 유령과도 같은 우리에게 큰 감흥을 안깁니다. 철거된 풍경 속에서 유령의 자리는 허물어졌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재현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어떤 순간들을 이해해 볼 수 있다는 전제를 품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당신으로부터>는 부재하는 존재의 자리를 어떻게 영화적인 이미지로 불러들일지 고민합니다. 프레임에 새겨진 모호한 형상은 고민하는 화자를 극장이라는 공간으로 부르고, 다시금 스크린의 시점으로 바라봅니다. 하나의 정지된 이미지는 그 자체로 영화라 불리지 못합니다. 필연적으로 감독의 시선에 의해 잘리고 붙여진 이미지가 지속되고 배열되어야 합니다. 연출자는 현실의 조각에서 선택합니다. <이것은 보이는 것과 다르다>는 카메라가 포착한 이미지, 혹은 영화 안에 박제된 이미지에서 탈락한 위계를 프레임 안으로 불러 이야기합니다. <차가운 새들의 세계>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다양한 재현의 방식으로 사건을 펼쳐봅니다. <영화편지>는 영화가 더 이상 환대받지 않는 시대에서 영화가 주는 감흥을 떠올려보게 합니다.
우리는 이따금 프레임 속의 조각들과 공명합니다. 공간을 유영하는 유령처럼 흩어져 다섯 편의 영화가 각기 품고 있는 장면들을 오롯이 감각할 수 있길 바랍니다.
*관객기자단[인디즈]_조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