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시간들을 뒤로 하고 초연하게 자신의 앞에 놓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 다섯 영화에는 그렇게 자신이 겪은 과거를 처절하게 되돌아보면서도 이내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자세가 담겨 있다.
지구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삶을 이어나가거나([지구별 방랑자]), 자신을 괴롭히는 시선에서 벗어나 바다의 품으로 전진하거나([바바리]), 가족이라는 의무감과 부담감을 안고서도 유학길에 오르는 도전을 감행하거나([무브 포워드]), 열패감을 안고서 떠난 길에서 뜻밖에도 다시 살아갈 의지를 발견한다거나([돛대]), 새로운 도전을 위해 평생 해온 일과 작별하는 용기를 낸다거나([열쇠의 모든 것]) 하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변화하는 삶의 양식을 받아들인다. 그들이 다가오는 시간을 향해 힘차게 첫걸음을 뗄 수 있는 건 흘러온 시간들과 당당히 마주하고 뜨겁게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가 아닐까.
*관객기자단[인디즈]_김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