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들을 적어 놓은 쪽지가 있어요. 진심을 말하지 못해 틱틱거린다든지, 걱정되는 마음에 발걸음을 바삐 한다든지, 이젠 없는 사람을 혼자 남아 기억한다든지, 한계를 시험해 볼 만한 일에 감히 도전한다든지 하는 것들이요. 다만 이 쪽지는 비밀펜으로 적은 것이어서 밝은 빛이 있어야만 읽을 수 있습니다.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다섯 번째 큐레이션 ‘비밀펜으로 적은 쪽지’에서는 밝은 빛을 품은 이의 마음으로 따라간다면 마침내 사랑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졸업을 앞둔 덕산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고한벌 감독의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값진 응원과 지지를 주고받으며 나아갈 때의 충만함을 보여 주는 김은영, 황영 감독의 <눈을 감고 크게 숨 쉬어>, 누군가를 위해 해 본 적 없는 일을 향해 도약하는 순간을 그린 오한울 감독의 <도시락>, 떠나간 친구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산하의 시간을 담은 이루리 감독의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기꺼이 다가갔던 시간들을 모은 이지우 감독의 <하나의 마음>.
이번 큐레이션의 작품들에서는 사랑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두터워질 수 있었던 관계들이 등장합니다. 연애 관계로 특정되지 않을 때 흐릿해지기 쉬운 사랑들을 굳이 힘주어 적고, 빛을 품고 읽는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관객기자단[인디즈]_박이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