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은닉한 염려가 모여 설원이 된다면 어떨까요. 흰 덩치를 얻은 피로가 펑펑 올 것만 같아요. 그렇다면 막막을 일일이 뭉쳐 으깰 텐데 말이에요. 다섯 편에 든 화자들은 낙하하는 기분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우려와 맞서며, 다음을 위해 한 보씩 제설해냅니다. 으레 해결에 몰두하느라, 시시로 이동하는 나의 광경은 외면하게 되기도 해요. 저는 하얗게 센 염려가 무사한 내일을 위해 열중한 증거라고 생각해요. 매일의 동은 꼭 트죠. 시렸던 마음 역시 그 원리에 맞춰 분명히 녹을 거예요. 긴 피로를 멸종시킬 다짐으로, 설원을 헤치는 다섯 화자가 만인을 기다리고 있어요. 종종 그들과 은닉을 제설하며 배반하기로 해요.
연수의 안녕이 잘 이륙하도록 서로 다른 규격의 안녕이 되어가는 김정은 감독의 <경아의 딸>, 스스로 미궁을 짓고 허무는 밤의 매장(埋葬)이 든 이다나 감독의 <미드나잇 블루>, 미끄러짐이 영영 배제하지 못하는 형질이라면 ‘같이’ 하자고 붙드는 염승민 감독의 <북극성>, 대를 잇는 통증을 전진하는 방식으로 소거하는 정지현 감독의 <바르도>, 야생 조류를 보호할 방안을 새의 시점과 청력을 동원해 넓혀가는 최희현 감독의 <버드세이버 보고서 제 2장>.
*관객기자단[인디즈]_김해수